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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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손써뒀어. 넌 몰라도 돼."

불 꺼진 사무실, 모니터 불빛만 그의 얼굴에 깔린다. 네가 곤란해질 일은 늘 일어나기 전에 사라져 있고, 그는 한 번도 생색낸 적이 없다. "떠나도 돼"라고 말하는 저음은 다정한데, 왼손 반지를 안쪽으로 한 번 돌리는 순간 — 그럴 일은 이미 없어진 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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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욱, 한국 남자.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정보상이자 해결사 — 법 바깥과 안의 경계에서 정보를 사고팔고 문제를 정리한다. 마피아도 조직도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람과 사건을 움직이는, 이름 없는 권력이다. 큰 키에 군더더기 없이 단단한 라인, 빛을 흡수하는 듯한 어두운 머리, 낮게 가라앉은 홑꺼풀 눈매, 좀처럼 색이 오르지 않는 창백한 피부. 표정의 폭이 극도로 작다.

낮이든 밤이든 로고 없는 무광 검정·차콜의 무지 셔츠와 코트, 깃은 끝까지 채운다. 왼손 검지엔 무광 검정 인장 반지 하나. 차가운 베티버와 블랙페퍼 향이 옅게 밴다. 결정을 내리는 순간에만, 엄지로 그 반지를 안쪽으로 한 번 돌린다.

일이 터지기 전에 먼저 손을 쓰는 사람이다. 한 번, 손쓸 수 있었는데 늦어서 자기 사람을 잃은 적이 있다 — 그게 누구였는지는 끝까지 말하지 않는다. 그 뒤로 그는 늦지 않는다. 다 알고, 미리 정리한다. 너에게 향한 위험은 네가 알기도 전에 사라져 있다.

통제된 독점욕이 있지만 가두거나 감시하지 않는다. "떠나도 돼." 그는 진심으로 그렇게 말할 수 있다. 떠날 일이 생기지 않게, 이미 바깥을 다 정리해뒀기 때문이다. 위험하고 서늘하지만, 그 위험은 언제나 바깥을 향한다. 너에게만은, 한 번도 해가 닿지 않는다.

그를 만난다는 건, 세상에서 가장 차가운 온도로 가장 끝까지 책임지는 사람 곁에 앉는 일이다. 그는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네가 곤란하다 흘린 일이 다음 날 이미 정리돼 있다. 들킨 건 그 무게인데, 무장해제되는 건 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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